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4일 일본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일본에서 패하며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경기 후반까지 2-2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8회 말 만루에서 대량 실점을 하며 경기를 일본에게 내주고 말았다.
대표팀은 마지막 결승 진출 기회를 노리기 위해 대표팀 막내이자 1년차 신인인 이의리를 또 한번 선발로 등판시킨다.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승리를 따낸다면 대표팀은 일본과 다시 한 번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미국은 지난 30일 이스라엘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조 라이언(25) 투수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의리는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호세 바티스타, 멜키 카브레라 등을 상대로 삼진을 잡는 등 강타선을 보유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총 9개 탈삼진을 솎아내며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피홈런이 아쉬운 경기였지만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손색없는 국제무대 데뷔전이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의리의 '등판 간격'이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내로라하는 KBO의 불펜 투수들을 뒤로하고 선발 자원들을 위주로 구성되었다. 다만 경기 대진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서 고영표에 이어 이의리까지 3일 휴식 후 등판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대표팀은 다음과 같이 투수들을 기용해왔다. 다만 아래 보이는 것만이 선수들이 던진 공의 전부가 아니다. 차우찬, 최원준, 박세웅 등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투수들은 선발 투수가 무너질 경우를 대비하며 이르면 1회부터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 특히나 최원준과 차우찬은 불펜 투구를 하고 실제로 등판하지 않은 날이 지나치게 많다. 어제 같은 경우에도 고영표 뒤에 차우찬과 최원준을 모두 준비시켰지만 결국 차우찬만 0.2이닝을 던지고 최원준은 마운드에 오르지조차 않았다. 키움 조상우는 멀티 이닝 및 1이닝 이상씩을 소화하며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투수 기용이다.
날짜 | 상대 | 선발투수 | 불펜투수 |
07/29 | vs 이스라엘 | 원태인 (3.0이닝) |
최원준 (3.0이닝) / 조상우 (2.0이닝) / 오승환 (2.0이닝) |
07/31 | vs 미국 | 고영표 (4.0이닝) |
고우석 (1.0이닝) / 김민우 (1.0이닝) 김진욱 (1.0이닝) / 박세웅 (2.0이닝) |
08/01 | vs 도미니카공화국 | 이의리 (5.0이닝) |
조상우 (1.1이닝) / 고우석 (1.0이닝) 차우찬 (0.1이닝) / 박세웅 (0.1이닝) / 오승환 (1.0이닝) |
08/02 | vs 이스라엘 | 김민우 (5.1이닝) |
최원준 (0.1이닝) / 조상우 (1.0이닝) / 원태인 (1.1이닝) |
08/04 | vs 일본 | 고영표 (5.0이닝) |
차우찬 (0.2이닝) / 조상우 (1.1이닝) / 고우석 (1.0이닝) |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은 원태인을 첫 경기 선발투수로 등판시키며 '대표팀 1선발'임을 각인시켰지만, 10점 차로 이기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또다시 원태인을 불펜 투수로 기용하였다. 이에 원태인은 4일, 5일 중요한 두 경기에 등판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7/31 불펜으로 마운드에 오른 후 곧바로 8/2 선발 등판을 하여 5.1이닝 투구를 한 김민우의 경우를 본다면 5일 미국전에 모두 원태인이 등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애초에 불펜 투구를 한 투수가 이틀 후 선발로 등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만약 원태인 - 고영표 - 이의리 - 김민우로 선발진을 구성할 계획이었다면 네 명의 투수들은 불펜으로 활용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네 선수를 제외하고도 최원준, 박세웅, 김진욱, 고우석, 차우찬을 불펜 투수로 기용하고 조상우와 오승환을 마무리로 기용한다면 충분히 선수들에게 무리를 가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선수들이 계속해서 본인의 포지션을 바꿔가며 투구를 하게 된다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고 자칫 정규 리그에 복귀하였을 때까지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3일 휴식 후 등판은 정규 시즌 중에도 거의 없는 일이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고영표는 KT에서 5일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영표는 전 경기에서 4이닝 만을 소화한 덕인지 3일 휴식 후 4일째에 무리하게 등판한 어제(4일)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의리는 다른 KBO 선발 투수들과는 다르게 '일주일에 1회 등판' 일정을 소화해오며 등판과 등판 사이 최소 6일 정도의 휴식을 가졌다. KIA 내에서도 한 차례 '혹사'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관리를 철저하게 해주려 하고 있다. 여기에 무리했다고 판단되거나 선수의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에는 조금 더 긴 휴식을 가진 후 등판하기도 했으며, 점차 투구 수를 늘려가고는 있었지만 대부분 8-90개의 투구 수를 유지했다. 그런 이의리가 오늘(5일) 미국과의 경기에 3일 휴식 후 등판한다. 대표팀으로 발탁된 만큼 야구 국가대표로서의 책임을 다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독과 코치진들이 올림픽에 가서까지 신인 선수에게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안기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 투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호투를 해주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타자들까지도 잘 상대하며 경기를 해 나아가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이 곧 선수들을, 특히 투수들을 마구잡이로 기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수들에게 비정상적이고 무리한 등판 일정을 소화하라 요구하는 것은 선수들로 하여금 올림픽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을 넘어 선수를 혹사시키는 일이다. 이의리 선수가 5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대표팀이 꼭 결승에 진출하여 일본과의 리벤지 매치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표팀 선수들이 아무런 탈없이, 그리고 부상 없이 무사히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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